‘명품 대신 무명’을 고른 소비법, 내 월급을 지키는 심리 트레이닝
1. “남들 다 갖고 있는 걸, 나만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회사 입사 3년 차였던 어느 날, 후배가 생일 선물로 루이뷔통 반지갑을 받았다고 자랑했습니다. 점심시간엔 “이번 달 월급으로 무조건 셀린 백 산다”라고 말하더군요. 자기 돈으로 명품을 사는 건 멋진 일이지만, 그 순간 저 자신이 작아졌습니다. 나도 열심히 일했고, 쉬는 날마다 피로를 참고 아르바이트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명품 하나 없는 나를 보며 “나는 뭔가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근 후, 무의식처럼 명품 쇼핑몰을 열어 가격을 확인했고, 1,800,000원짜리 가방을 ‘할부로 가능하겠지’라고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습니다. 자존감이 흔들릴 때, 우리는 소비로 위안을 받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위안은 종종 '브랜드'라는 이름을 달고 다가옵니다.
2. 소비에는 가격표가 있고, 감정에도 ‘비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명품 소비'를 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소비가 진짜 나를 위한 선택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방 하나가 200만 원이라면, 월급 250만 원 기준으로 전체 수입의 80%에 달하는 지출입니다. 카드 할부로 나누면 한 달에 25만 원씩 8개월. 한 번의 충동이 8개월의 고정지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산 물건이 다음 불안 앞에서는 또 무력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번엔 시계, 이번엔 신발…" 소비는 감정을 마주하지 않으면 계속 이어집니다. 감정의 공백을 소비로 채우면, 그 대가는 언제나 통장 잔고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돈이 줄어들수록, 우리는 다시 불안해지고, 다시 소비합니다. 이것이 감정-소비의 악순환입니다.
3. 나는 ‘무명 브랜드’를 선택했습니다.
명품을 사기 직전,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 지금 이 가방은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가?
- 같은 디자인, 품질을 가진 더 저렴한 대안은 없을까?
- 나는 브랜드가 갖고 싶은 건가, 실용적인 물건이 필요한 건가?
그 후, 저는 무명 브랜드의 가방을 찾았습니다. 디자인이 깔끔하고 수납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가격이 7만 9천 원이었습니다. 루이비통의 20분의 1 가격이지만, 출퇴근과 일상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구매 이후, 진짜 중요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내가 내 선택을 스스로 통제했다”는 자율감이었습니다. 그건 브랜드가 주지 못하는 확고한 만족감이었습니다.
4. ‘명품 대신 무명’을 고르면서 생긴 3가지 변화
① 카드값이 줄고, 잔고가 늘었습니다.
이전에는 월 카드값이 평균 60~8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의류, 잡화, 구독 서비스, 카페에서 자잘하게 새는 돈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명확한 ‘구매 기준’이 생기면서 카드값이 30만 원 이하로 줄었습니다.
② 고민 시간이 줄고, 선택이 빨라졌습니다.
브랜드 고민, 쇼핑몰 비교, 후회 등 소비 전후의 ‘시간 낭비’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필요하면 산다, 아니면 보류한다”는 원칙 덕분에 물건을 사는 데 쓰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③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무명의 가방을 들고 다닐 때, 누구도 제게 손가락질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뭐야?’라고 묻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그거 어디 거야? 예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가 문제라고 느꼈던 건 결국 내 마음이었습니다. 남보다 뒤처진 게 아니라, 남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저 자신이 문제였습니다.
5. 월급을 지키는 소비 루틴,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소비 습관을 만들기 위해, 저는 다음 3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 ① 3일 보류법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3일간 보류합니다. 그 사이 충동이 사라지면 안 사고, 3일 뒤에도 꼭 필요하면 사는 구조입니다. 이 방법으로 불필요한 구매가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 ② ‘가치-용도-가격’ 필터
-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 실제 사용하는 빈도는 얼마나 되는가?
- 이 가격을 지금 감당할 수 있는가?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아니요’가 나오면 보류합니다. 심플하지만 매우 강력한 소비 필터입니다.
✔️ ③ 월 1회 소비 리플레이 노트
한 달 동안 어떤 물건을 샀고, 만족했는지, 후회했는지를 짧게 기록합니다. 이 기록이 쌓이면 나의 소비 습관이 어디서 흔들리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감정적 소비의 패턴을 눈으로 보는 순간, 바뀔 수 있는 계기가 생깁니다.
마무리: 명품 대신 무명을 선택한 건 ‘절약’이 아니라 ‘회복’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더 좋은 것’을 원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그 ‘좋은 것’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시선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합니다. 명품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통장을 보고도 행복할 수 있는 소비를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값진 소비는, 내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내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당신의 월급이 감정의 사치가 아닌 진짜 나를 살리는 선택에 쓰이길 바랍니다.